영국 대관식 반지 | 군주의 반지

굉~장히 화려하죠? 대관식 날 여왕이 착용한 보석들과 예복 등을 크라운 레갈리아(Crown Regalia)라고 부르는데요. 몇 세대를 거친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보석들입니다 ✦‿✦

크라운 레갈리아에는 왕관(크라운), 왕홀, 보주, 팔찌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오늘은 크라운 레갈리아 중 하나인 <군주의 반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수 세기 동안 영국에서는 새로운 군주를 위해 대관식 반지를 매번 새로 만들었고, 대관식에서 군주의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우는 의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13세기 이후에는 반지의 주요 보석으로 루비를 넣는 게 전통이었다고 합니다. 위 십자가가 새겨진 루비 반지는 1661년 대관식 날 찰스 2세에 의해 착용됐다고 알려져 있죠. 군주를 위해 대관식 반지를 새로 만드는 관행은 1838년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을 끝으로 없어졌습니다.

왕실 보석상 런델 앤 브릿지가 제작한 윌리엄 4세의 대관식 반지는 <군주의 반지>라고 불리며, 바게트컷 루비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로 제작되었습니다. 세인트 조지의 십자가를 나타내는 루비와 스코틀랜드를 의미하는 사파이어가 특징이죠. 빅토리아 여왕을 제외한 윌리엄 4세 이후 모든 군주들이 대관식 날 착용한 반지입니다.

queen victoria —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초상화 (1838년)

윌리엄 4세의 뒤를 이어 다음 왕으로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은 새로운 대관식 반지의 제작을 런델에게 주문했습니다. 대관식 초상화 속에서 여왕은 새로 제작한 반지를 착용하고 있어요.

왼쪽 반지가 <군주의 반지>고, 오른쪽 반지가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반지입니다. 디자인이 똑같죠? 둘을 구분하는 방법 중에는 크기도 있지만...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반지는 링 부분에 더 많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반지에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반지의 제작을 맡았던 런델이 주문을 잘못 이해하여 여왕의 약지가 아닌 새끼손가락에 맞는 반지로 제작해버렸고, 이를 몰랐던 대주교는 대관식 날 빅토리아 여왕의 약지에 억지로 반지를 끼워버렸다고 해요ㅋㅋㅋ 빅토리아 여왕은 대관식이 끝나자 힘들게 반지를 빼냈고, 퉁퉁 부었던 손가락을 가라앉히기 위해 손을 얼음 물에 담가야만 했죠. 여왕은 일기에 "반지를 다시 빼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고, 너무 큰 고통이 찾아왔다"고 기록했습니다^_ㅠ

1849년 선왕(윌리엄 4세)의 왕비였던 아델라이드가 사망하면서 <군주의 반지>와 왕비의 반지를 빅토리아 여왕에게 남겼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때까지는 반지를 새로 제작했기에 대관식 반지는 크라운 레갈리아로 취급되지 않았고, 개인 소유물로 간주되었습니다. 윌리엄 4세가 먼저 사망하면서 자신의 반지를 아내에게 남겼고, 자식이 없었던 아델라이드 왕비는 남편의 반지와 자신의 반지를 빅토리아 여왕에게 남긴 것이죠. 1901년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의 대관식 반지와 <군주의 반지>, 왕비의 반지 총 3개의 반지를 아들 에드워드 7세에게 물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