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여론 때문에 왕세자비(웨일스 공비) 칭호도 사용하지 못했던 카밀라가 드디어 'Queen'이 됐습니다. 찰스와 처음 만난 지 53년, 재혼한지 18년 만이었죠. 그러나 공식적인 퀸이 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대관식에서 카밀라는 살짝 미소만 지을 뿐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뭐.. 그럴 만도 한 게 카밀라의 나이가 75세랍니다. 남들 다 은퇴하고 취미생활하면서 인생 즐길 때 카밀라는 왕비라는 새로운 지위, 대관식이라는 역사적인 날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중이었죠. 물론 그 압박엔 무거운 왕관도 한몫했을 거예요.
카밀라의 왕관은 1911년 메리 왕비가 그녀의 대관식 날 착용했던 왕관이었습니다. 영국 왕실은 원래 왕비를 위해 새 왕관을 제작해왔는데, 경제가 가뜩이나 안 좋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새 왕관을 제작한다는 게 엄청난 반발을 살게 뻔했기에 이전 왕비의 왕관 재사용을 결정한 것이죠. 그러나 메리 왕비의 왕관을 장식했던 105.6캐럿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소유권 논쟁을 의식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코이누르가 있던 자리에는 하트 모양 브로치인 컬리넌 V 다이아몬드를 대신 부착했는데, 이 보석도 남아공 내에서 반환 요구가 있는 보석이랍니다. 한마디로 도긴개긴인 셈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코이누르는 이제 영국보다 힘센 인도가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죠~
카밀라가 선택한 메리 왕비의 왕관은 메리 왕비의 사비로 제작한 거라서 사유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자신의 왕관이 왕실 전통의 일부가 되길 원했던 메리 왕비가 미래 영국 왕비들이 대관식에서 착용할 수 있도록 왕관을 왕실 재산에 포함시켰죠. 다음 왕비인 퀸마더가 이 왕관을 써야 했지만 메리 왕비가 선대 왕비는 다음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며 아들의 대관식에 참석하길 원했고, 대관식에서는 자신의 왕관(서클렛 형태로 착용)을 써야 했기 때문에 퀸마더는 새로 왕관을 제작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메리 왕비의 왕관을 쓴 첫 번째 왕비는 카밀라가 되었죠. 카밀라는 원래 있던 8개의 아치가 조금 과하게 느껴졌는지 그중 4개의 아치를 제거해서 착용했습니다.
다음은 귀걸이인데요! 카밀라는 몇 번 착용한 적이 있었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했습니다. 아쉽게도 카밀라 개인의 소유인지 왕실의 소유인지 그 어떤 정보도 알려진 게 없어요ㅠㅠ 근데 이 귀걸이 선택이 정말 의외인 게 영국 퀸들은 대관식에서 착용하는 전용 귀걸이가 정해져있답니다. 일명 대관식 귀걸이라고 불리는데요. 카밀라는 그 귀걸이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그건 다음번 주제로 킵 해놓을게요😉 이제 이번 글의 주제인 <대관식 목걸이>의 차례입니다!
1837년, 영국 윌리엄 4세가 사망하면서 조카인 빅토리아가 여왕으로 즉위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독일 하노버와 동군연합, 즉 한 명의 군주를 둔 연합 왕국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빅토리아가 즉위하면서 이 연합은 해체돼버렸죠. 하노버는 남성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는 살리카법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노버의 왕위는 빅토리아 여왕의 숙부인 컴벌랜드 공작에게 넘어갔고, 그는 하노버의 에른스트 아우구스트 1세로 즉위했습니다.
하노버의 새 군주는 영국 왕실 내 하노버 왕가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의 어머니인 샬롯 왕비의 보석이 주요 쟁점이었죠. 숙부의 주장을 그저 성가신 논쟁으로 취급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샬롯 왕비의 보석들을 계속 공개적으로 착용했습니다. 이 분쟁은 10년 넘게 이어졌는데요. 1857년, 결국 법원이 하노버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면서 여왕이 정기적으로 착용하던 상당량의 보석들이 하노버에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끼던 컬렉션의 손실에 몹시 분개한 빅토리아 여왕은 그 즉시 왕실 보석상 가라드에게 대체할 만한 새로운 보석들을 주문했죠.
<대관식 목걸이>는 하노버로 넘어간 샬롯 왕비의 다이아몬드 리비에르 목걸이를 대체하기 위해 가라드가 1858년 완성한 작품입니다. 다이아몬드 펜던트와 콜렛 세팅된 25개(초기 구성은 28개)의 다이아몬드로 구성되어 있죠. 제작 비용은 65파운드,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천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적게 든 이유는 새 보석에 필요한 다이아몬드들을 당시 왕실 컬렉션에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보석들을 해체해, 자체 수급을 했기 때문이에요. <대관식 목걸이>의 가장 큰 9개의 다이아몬드도 가터 훈장과 의례용 칼자루에서 가져왔죠.
이와 달리 <대관식 목걸이>의 펜던트는 아주 다른 출처를 가지고 있는데요. 시크 왕국의 수도 이름을 따 라호르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위 펜던트는 1849년까지 시크 왕국의 보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왕국이 영국에 병합되면서 동인도 회사에 의해 강탈당했고, 1851년, 코이누르 다이아몬드와 함께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되었습니다.
초창기 라호르 다이아몬드는 똑같이 시크 왕국의 보물이었던 티무르 루비(사실은 스피넬)의 하단에 펜던트로 부착되었습니다. 이후 새로 제작한 <대관식 목걸이>의 펜던트로 선택되면서 오늘날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죠.
위 초상화는 빅토리아 여왕이 매우 애정했던 화가, 프란츠 빈터할터의 작품으로, 초상화 속 여왕은 라호르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제외한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남편 앨버트 공의 죽음 이후 빅토리아 여왕은 항상 검은색의 미망인 드레스만 착용했으며 화려한 유색 보석들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착용되지 않는 보석들은 금고로 돌아가거나 자녀들에게 물려주곤 했죠. 그러나 <대관식 목걸이>는 중요한 날에 착용하는 용도로 남겨두었습니다. 위 사진도 즉위 50주년인 골든 주빌리를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에요!
빅토리아 여왕은 유언으로 <대관식 목걸이>를 '왕가의 가보(heirloom of the Crown); 재위 중인 왕과 그 배우자만이 착용할 수 있는 보석'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걸 보면, 빅토리아 여왕이 <대관식 목걸이>를 매우 중요한 왕실 보석으로 여겼다는 걸 짐작할 수 있죠. 그렇게 다음 왕비였던 알렉산드라만이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답니다.
알렉산드라 왕비는 영국 왕비로서 처음으로 대관식에서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딱 봐도 알 굵은 다이아몬드 리비에르(끝에서 두 번째)가 하나 보이시죠? 라호르 펜던트는 빼고 착용했는데, 가장 하단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펜던트에 따로 부착한 거 같아요!
다음 왕비인 메리 왕비는 대관식이 있기 몇 달 전, 왕실 보석상 가라드에게 <대관식 목걸이>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귀걸이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가라드는 요청대로 <대관식 목걸이>에서 가져온 다이아몬드 2개를 사용해 큰 사이즈의 솔리테어 귀걸이 한 쌍을 제작했죠. 기존 다이아몬드가 있던 자리에는 아델라이드 왕비의 다이아몬드 리비에르 목걸이에서 가져온 3개의 다이아몬드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1937년, 조지 6세의 왕비, 퀸마더도 이전 왕비들처럼 대관식에서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했지만 펜던트는 제외한 채였습니다. 이는 라호르 펜던트를 왕관 꼭대기 십자가에 세팅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약간'의 다이아몬드 절단이 있었는데, 그 결과 다이아몬드 크기가 10분의 1 정도 줄어 현재의 22.48캐럿이 됐다고 해요. 대관식이 끝난 후, 왕관 꼭대기를 장식했던 라호르 다이아몬드는 다시 제거되어 <대관식 목걸이>의 펜던트로 돌아갔습니다.
퀸마더는 <대관식 목걸이>를 좀 더 긴 다이아몬드 리비에르 목걸이와 자주 매치했는데, 이 리비에르는 남편의 선물이었어요!
1952년 2월, 남편 조지 6세가 5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자 딸 엘리자베스 왕세녀가 다음 왕위를 계승했습니다. 퀸마더가 정기적으로 착용하던 '왕가의 가보' 보석들은 이제 현직 군주인 엘리자베스 여왕만이 착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위 사진이 같은 해 12월인데, 퀸마더가 규칙을 무시하고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했더라고요. 다행히 이날 이후로는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았지만, 몇몇 '왕가의 가보' 보석들은 딸에게 안 넘기고 계속 자기가 착용했어요. 퀸마더의 보석 욕심은 유명한 편이에요🤨
<대관식 목걸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이 열리기 약 한 달 전에 5개의 다이아몬드가 제거되었습니다. 아마 여왕이 짧은 목걸이를 선호했기 때문에 제거한 게 아닐까 해요?? 아무튼 이렇게 25개의 콜렛 세팅 다이아몬드와 라호르 다이아몬드 펜던트로 구성된 최종 버전의 <대관식 목걸이>가 완성되었습니다!
<대관식 목걸이>는 의회 개회식 같은 중요한 행사에서 자주 착용하는 보석 중 하나였어요!
빅토리아 여왕부터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영국의 퀸들은 모두 다 착용했던 <대관식 목걸이>. 202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망하자 이 목걸이는 오랜 시간 퀸이 되길 기다렸던 카밀라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카밀라 또한 대관식에서 <대관식 목걸이>를 착용했는데요. 솔직히 목걸이를 완전체로 착용한 거에 조금 놀랐어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카밀라는 소유권 논쟁을 의식해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를 사용하지 않았잖아요. 근데 똑같이 시크 왕국의 보물이었던 라호르 다이아몬드(목걸이의 펜던트)는 그대로 착용했더라고요.
아마 라호르 다이아몬드가 코이누르보다 덜 유명해서 눈치 안 보고 그대로 착용한 거 같은데, 정말 영국답다고 해야 할지...^^; 그래도 펜던트의 출처를 지적하는 기사가 대관식 이후에 몇 개 나오더라고요. 나중에는 펜던트가 <대관식 목걸이>에서 아예 제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대관식은 70년 전 열린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비해 많은 과정들이 간소화되었고, 드레스 코드도 데이 드레스로 비교적 캐주얼한 편이었습니다. 초청객들에게도 티아라 대신 헤드피스나 페시네이터 착용을 권장했죠. (화려함이 적어 개인적으로 아쉬웠어요...ㅠ) 그래도 주인공인 찰스 3세와 카밀라는 예복 드레스에, 왕관에, 킹과 퀸으로서 입어야 할 건 거의 다 갖춰 입었는데, 안타깝게도(?) 화제성은 웨일스네가 다 가져가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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𝑪𝒐𝒓𝒐𝒏𝒂𝒕𝒊𝒐𝒏 𝑵𝒆𝒄𝒌𝒍𝒂𝒄𝒆
<대관식 목걸이>의 소유자
1. 빅토리아 여왕
2. 에드워드 7세 (1901년 상속)
3. 조지 5세 (1910년 상속)
4. 에드워드 8세 (1936년 상속)
5. 조지 6세 (1936년 소유권 이전)
6. 엘리자베스 2세 (1952년 상속)
7. 찰스 3세 (2022년 상속)
<대관식 목걸이>의 착용자

1. 빅토리아 여왕
2. 알렉산드라 왕비
3. 메리 왕비

4. 퀸마더
5. 엘리자베스 2세
6. 카밀라 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