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실은 매력적인 티아라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티아라들도 있습니다. 위 <칼 요한 티아라>도 그중 하나죠^_ㅠ...
티아라치고 단순하고 못생겼다며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칼 요한 티아라>는 스웨덴 로열들이 자주 착용하는 티아라 중 하나입니다. 티아라 상단에 6개의 다이아몬드 버튼이 있기 때문에 <식스 버튼 티아라>라고도 불리죠. <칼 요한 티아라>보다 <식스 버튼 티아라>가 입에 더 잘 붙어서 전 이렇게 부를게요ㅋㅋ 티아라를 자세히 보시면, 6개의 버튼들은 모양이 똑같지 않은데요...!
가운데 4개 버튼은 다이아몬드의 이중 클러스터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양 끝 버튼 모양은 이와 좀 다른 형태로, 맨 왼쪽 버튼은 꽃과 비슷한 모양, 맨 오른쪽 버튼은 가운데 버튼들보다 작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삼중 클러스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티아라 정면 사진만 거의 봐서 가운데 버튼 모양들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양 끝 버튼 모양이 서로 다를 줄은 몰랐네요.. 웃긴 건 가운데 4개 버튼들도 각각 바깥쪽 클러스터의 다이아몬드 개수가 달라요ㅋ
이렇게 버튼의 대칭도 안 맞고~ 호불호도 갈리는 <식스 버튼 티아라>이지만, 이 티아라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는 절대 저평가될 수 없답니다. 티아라의 포인트인 버튼들이 모두 18세기 스웨덴 왕비 로비사 울리카의 소유였기 때문이죠.
로비사 울리카 왕비는 프로이센의 공주였으며 그녀의 오빠는 바로 독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는 프리드리히 2세였습니다. 강한 군주정을 이끌었던 오빠처럼 그녀도 스웨덴 내에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치며 왕권 강화를 지향했지만, 의회의 견제에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었죠. 1771년 남편 아돌프 프레드리크가 사망하자 그녀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었고, 1782년 61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초상화 속 로비사 울리카 왕비는 머리와 가슴 장식으로 다양한 다이아몬드 로제트(장미 모양 장식)를 착용했는데, 이 로제트들이 바로 <식스 버튼 티아라>의 버튼입니다. 다이아몬드 로제트는 의회의 힘이 강한 걸 못마땅하게 여겼던 로비사 울리카 왕비의 소유였지만, 왕비 사후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후손이 아닌 의회가 선택한 생판 남의 왕관을 장식하는 처지가 되었는데요. 로비사 울리카 왕비의 장남 구스타프 3세는 어머니처럼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몇몇 귀족들은 그의 행보에 반발했고, 결국 구스타프 3세는 암살당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아들 구스타프 4세도 형편없는 지도력을 이유로 폐위당했죠. 왕위는 로비사 울리카 왕비의 차남 칼 13세가 물려받았지만 그는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스웨덴 의회는 여러 계산 끝에 프랑스 장군인 장 바티스트 베르나도트에게 왕위를 제안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베르나도트는 칼 13세의 뒤를 이어 칼 14세 요한으로 즉위했죠. (베르나도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글을 참고해 주세요!)
칼 14세 요한은 대관식에서 쓸 왕관에 로비사 울리카 왕비의 다이아몬드 로제트들을 부착하여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왕조인 베르나도테와 이전 왕조인 홀슈타인-고토르프의 연결을 의미하기도 했죠.
나중에 칼 15세와 오스카르 2세도 할아버지(칼 14세 요한)처럼 다이아몬드 로제트가 부착된 왕관을 착용했습니다. 1909년 왕관에 부착되었던 다이아몬드 로제트들은 제거되어 스웨덴의 왕세자비이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였던 마가렛의 목걸이로 활용되었죠. 그러나 1920년 마가렛 왕세자비는 패혈증으로 인해 38살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다이아몬드 로제트들은 마가렛의 시어머니였던 빅토리아 왕비의 주도로 새 티아라를 제작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왕비는 어떤 프레임에 다이아몬드 로제트를 부착할지 자세한 계획까지 세웠으나 티아라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1930년 사망했습니다. 그렇게 주인을 잃은 티아라는 미완성된 상태로 궁전 안 금고에 보관되었죠. 현 스웨덴 왕비 실비아가 1976년 결혼 직후 왕실 금고 안에서 미완성된 <식스 버튼 티아라>를 발견했고, 티아라를 완성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두 줄의 다이아몬드 리비에르가 추가되면서 현재 모습의 <식스 버튼 티아라>가 완성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 로제트가 칼 14세 요한의 대관식 왕관에 쓰였기 때문에 그를 기리기 위해 스웨덴 로열들은 이 티아라를 <칼 요한 티아라>라고 부르죠.
실비아 왕비의 발견으로 무사히 완성된 <식스 버튼 티아라>를 제일 처음 착용한 사람은 릴리안 왕자비로, 현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의 숙모입니다.
<식스 버튼 티아라>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베르나도테 재단의 소유였고, 이 재단이 소유한 보석들은 스웨덴 로열들이 대여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계인 릴리안 왕자비도 <식스 버튼 티아라>를 대여받아 착용할 수 있었죠.
릴리안 왕자비는 그녀 소유의 티아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스 버튼 티아라>를 정말 자주 착용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진 그녀 외에는 다른 착용자가 없었는데,
2003년과 2004년 연이어 국왕의 넷째 누나인 크리스티나 공주와 실비아 왕비가 착용했습니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이후에도 <식스 버튼 티아라>를 자주 착용했지만, 실비아 왕비는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시는 착용 안 하더라고요ㅠㅠ
미인으로 유명한 마들렌 공주(빅토리아 왕세녀의 동생)도 몇 번 착용했고~
국왕의 둘째 누나인 비르기타 공주도 한번 착용한 적이 있습니다!
빅토리아 왕세녀도 이때쯤 <식스 버튼 티아라>를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식스 버튼 티아라>는 그녀가 자주 착용하는 티아라가 되었죠!
빅토리아는 가끔 위 사진처럼 티아라 베이스에 다이아몬드 리비에르를 한 줄 더 추가해서 착용하기도 하는데요.
확대 사진을 보시면 추가된 다이아몬드 리비에르를 실 같은 걸로 고정해놓은 게 보이실 거예요! 영구적으로 추가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보완하는 형식으로 추가하는 거라서 보통 노벨상 시상식같이 권위 있는 행사에서만 추가하더라고요ㅎㅎ
빅토리아 왕세녀는 스웨덴 왕실의 보석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식스 버튼 티아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티아라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티아라의 숨겨진 기능도 알려주었는데요.
<식스 버튼 티아라>의 뒷면을 보면, 각 버튼들마다 고정핀이 있는데, 브로치 같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고정핀을 풀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풀기가 어려울뿐더러 굳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또한 스웨덴 왕실 보석상 볼린의 설명에 따르면, 티아라의 뒷면에는 개별 다이아몬드 크기가 표시된 마킹도 있는데, 이것은 어느 시점에 티아라가 재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혼동을 방지하고, 다이아몬드를 올바른 위치에 놓기 위해 이런 표시가 있다고 덧붙였죠.
<식스 버튼 티아라>는 로비사 울리카 왕비부터 칼 14세 요한까지 스웨덴 왕실의 중요한 인물들을 거쳐갔던 역사적 가치가 높은 티아라이지만, 소피아 왕비의 티아라같이 무게감 있는 티아라는 아니라서 방계들도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티아라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 수정은 좀 했으면 좋겠어요.. 저 틈 사이로 보이는 버튼 지지대가 살짝 킹받아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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𝑪𝒂𝒓𝒍 𝑱𝒐𝒉𝒂𝒏 𝑻𝒊𝒂𝒓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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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요한 티아라>의 소유자
1. 베르나도테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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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요한 티아라>의 착용자 (소유자 제외)
1. 릴리안 왕자비
2. 크리스티나 공주
3. 실비아 왕비 (2004년 갈라 만찬)
4. 비르기타 공주 (2006년 갈라 만찬)
5. 마들렌 공주
6. 빅토리아 왕세녀
7. 소피아 왕자비 (2017년 노르웨이 국왕 생일 연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