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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 NOBLE/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 왕관 |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1) | 영국 왕실 보석

queen elizabeth

 

1952년 왕위에 올라,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96세의 일기로 서거하였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국 왕실에서 여왕은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고, 끝까지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죠.

여왕의 장례식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이후 57년 만에 열리는 국가장으로서, 뿌리 깊은 전통과 관습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장례식의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마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있는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한 번 시간 나실 때 꼭 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queen funeral

장례 일정 동안 여왕의 관 위에는 국왕의 통치를 상징하는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보주, 왕홀이 놓여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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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은 대관식을 마친 영국 군주들이 제일 먼저 착용하는 왕관으로, 웅장한 왕조의 역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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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왕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어요^_ㅠ.. 그냥 대관식이나 의회 개회식 같은 중요한 날에 착용하는 왕관?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장례식을 보면서 저 왕관이 무슨 의미이길래 계속 여왕의 관 위에 놓여있는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지막을 함께한 왕관,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해요☺ (이름이 길어서 그냥 <제국 왕관>이라고 부를게요!)

<제국 왕관>의 현재 모습은 1937년 조지 6세(엘리자베스 여왕의 부친)의 대관식 때 완성되었지만, 그 기반은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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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왕관을 착용한 빅토리아 여왕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은 왕실 보석상 런델 앤 브릿지가 1838년 열린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새로 제작한 것으로, 몇 가지 중요한 보석들로 장식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보석 4개를 소개해 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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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제일 상단부, 십자가 센터에 박힌 '성 에드워드의 사파이어'

 

 

 

ruby

정면 중앙부 크로스 파데에 장식된 '흑태자의 루비'

 

 

 

sapphire

정면 크로스 파데 바로 밑에 부착된 '스튜어트 사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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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상단에 달린 '엘리자베스 1세의 진주'

 

 

▼ <제국 왕관> 보석들의 자세한 역사

 

참회왕의 반지부터 엘리자베스 1세의 진주까지 |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2) | 영국 왕실 보석

영국 국왕의 상징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제국 왕관)은 '성 에드워드의 사파이어', '흑태자의 루비', '스튜어트 사파이어', '엘리자베스 1세의 진주' 등 역사가 깊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습니

seonx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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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

 

'성 에드워드의 사파이어', '흑태자의 루비', '스튜어트 사파이어', '엘리자베스 1세의 진주' 같은 역사가 깊은 보석들로 장식된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은 이전 영국 국왕들의 왕관 디자인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다만 여성인 빅토리아 여왕에게 맞춰 사이즈가 작게 제작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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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사이즈가 작아도 수많은 보석들이 달린 왕관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고, 대관식 날 빅토리아 여왕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왕관 때문에 꽤 고생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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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여왕의 초상화 (1859년)

빅토리아 여왕은 의회 개회식 같은 중요한 날, <제국 왕관>을 자신의 옆에 놓음으로써 군주의 권위를 드러냈습니다. 여왕이 좋아하는 위 초상화 속에서도 옆에 왕관이 놓여있어요...!

 

1845년 빅토리아 여왕과 부군 앨버트 공은 함께 의회 개회식에 참석하였고, 그곳에서 <제국 왕관>을 들고 있는 아가일 공작을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앨버트 공은 공작이 들기엔 왕관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고 생각했죠. 불안한 직감은 역시나 맞았고, 아가일 공작은 <제국 왕관>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그 순간을 일기장에 '마치 푸딩처럼 왕관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라고 기록했죠. 나중에 150파운드를 들여서 완전히 부서진 왕관의 프레임을 다시 만들고, 부서진 다이아몬드, 벨벳을 교체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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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여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에드워드 7세는 대관식에서 <제국 왕관>이 아닌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하기로 결정합니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영국 왕실에서 가장 오래된 왕관으로 역사적 가치로만 따져봤을 땐, <제국 왕관>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는 왕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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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에드워드 왕관

1161년 신앙심이 깊어 참회왕이라고 불렸던 에드워드 왕은 성인으로 시성되었고, 그가 쓰던 '성 에드워드 왕관'도 성유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왕관은 이후 잉글랜드 왕들에 의해 대관식 날 착용되었지만 1649년, 잉글랜드 내전으로 왕정이 폐지되자 권력을 잡은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팔려버리죠. 1661년 왕정이 복구되면서 찰스 2세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새로 제작했는데, 착용하기에 너무 무거워 1689년 윌리엄 3세의 대관식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쓰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상징성을 인정받아 영국 군주들의 대관식 때마다 한쪽 제단 위에 항상 놓여있었죠.

에드워드 7세는 자신의 대관식에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대관식 이틀 전 왕의 건강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고,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해 대관식이 연기됐죠. 왕의 주치의들은 무거운 '성 에드워드 왕관'의 착용을 반대했고, 결국 에드워드 7세는 1902년 대관식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을 대신 착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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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 사진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제작된 <제국 왕관>은 남성이었던 에드워드 7세가 착용하기에 조금 작아서 크기를 조정했다고 해요.

1909년 에드워드 7세<제국 왕관>에 317.4캐럿의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추가하는데.... 그 다이아몬드가 제.국.주.의의 상징, 컬리넌 다이아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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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넌 다이아몬드Ⅱ

​컬리넌 다이아몬드에 관해서는 나중에 길게 다룰 예정이라서 간단하게만 설명드릴게요!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에서 무려 3106캐럿의 거대한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발견됩니다. 당시 남아공은 영국의 식민지였고, 곧 다이아몬드 원석은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에게 선물로 보내지죠. 말만 선물이지 착취고, 반환 요구가 계속되는데 영국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영국으로 보내진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여러 조각으로 쪼개집니다. 두 번째로 큰 조각인 컬리넌 다이아몬드Ⅱ는 '스튜어트 사파이어'를 뒤로 밀어내고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 정면에 부착되죠.

 

 

 

 

king
조지 5세의 대관식

1911년 조지 5세는 대관식에서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부착된 <제국 왕관>이 아닌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하였습니다. 1689년 윌리엄 3세 이후 거의 200여 년 만에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한 첫 군주였죠. 이후 왕들도 대관식에서 같은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성 에드워드 왕관'이 움직임에 제약을 줄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에 대관식 의례가 끝나면 모든 왕들은 바로 비교적 가벼운 <제국 왕관>으로 바꿔 착용했습니다. 대관식 기념사진도 <제국 왕관>을 착용한 모습으로 남아있어서 <제국 왕관>이 대관식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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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5세의 대관식 사진

 

영국 군주들은 <제국 왕관>을 의회 개회식 같은 중요한 날에도 착용했는데요. 의회 개회식 날 쓴 조지 5세의 일기를 보면, 왕관에 대한 불평불만이 가득하더라고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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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왕관을 착용한 조지 5세

​"(왕관 착용은) 지금까지 겪었던 가장 끔찍한 시련이다."

"오늘 연설은 너무 길었는데 읽는데만 20분이 걸렸다. (...) 왕관은 나에게 끔찍한 두통을 주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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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5세의 운구 행렬

1936년 조지 5세가 사망하자 장남 에드워드 8세가 다음 왕으로 즉위하였습니다. 조지 5세의 장례식 운구 행렬이 이어지는 동안 에드워드 8세와 가족들은 왕의 관이 놓여있는 마차 뒤를 천천히 따르고 있었죠. 자갈이 깔린 거리가 울퉁불퉁해서 순간 마차는 심하게 흔들렸고, 관 위에 놓여있던 <제국 왕관>의 상단부가 도랑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서둘러 복구했지만,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나쁜 징조라고 생각했죠. 그로부터 11개월 뒤, 미국인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에드워드 8세는 왕위를 동생에게 넘겼습니다.

대관식은 보통 즉위 다음 해에 열리기 때문에 즉위 1년도 채 되지 않아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 8세는 대관식을 치르지 않았죠. 하지만 흥미로운 초상화가 2012년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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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8세의 초상화

 

위 초상화는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신문의 대관식 기념호에 실릴 예정이었습니다. 신문사 측의 부탁을 받은 에드워드 8세는 대관식 예복을 미리 입고 포즈를 취해줬는데 그의 옆에는 <제국 왕관>이 놓여있었죠. 이 초상화는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하는 바람에 사용되지 못할 뻔했다가 에드워드 8세의 얼굴을 조지 6세의 얼굴로 덮어 재사용됩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초기 포토샵의 예시라고 하더라고요ㅋㅋ 나중에 위 에드워드 8세의 초상화 사본이 발견되었고, 2012년 그의 퇴위 75주년을 맞아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에드워드 8세의 대관식으로 예정됐던 날은 그의 동생인 조지 6세의 대관식 날로 변경되었습니다. 왕실 보석 관리인들은 조지 6세의 대관식을 위해 보석들을 점검하던 중, <제국 왕관>이 마모된 것을 발견했고, 왕관을 완전히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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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제작된 제국 왕관 (앞)

왕실 보석상 가라드는 새로 제작한 왕관 프레임에 기존 제국 왕관의 보석들을 부착했고, 무게도 이전보다 더 가볍게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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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제작된 제국 왕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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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만 남은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 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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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에서 조지 6세

조지 6세도 조지 5세와 마찬가지로 대관식에서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했고, 예식이 끝난 후에는 <제국 왕관>으로 바꿔 착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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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왕비의 대관식 사진

1936년 왕위에 오른 조지 6세는 곧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런던 공습이 시작되었지만 왕과 엘리자베스 왕비는 피난을 거부했죠. 하지만 독일의 점령 위협은 계속됐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보석들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왕실 관계자들은 <제국 왕관>을 포함, 보석들을 비스킷 양철 통에 담아 윈저궁 땅속에 묻었다고 해요. 종전 이후 보석들은 무사히 왕실 금고로 돌아갔죠.

전쟁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조지 6세는 1952년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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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다음 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전 국왕들처럼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했습니다. 왕관의 무게는 역시나 여왕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고, 의례가 끝나자마자 가벼운 <제국 왕관>으로 바꿔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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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후 버킹엄 궁으로 돌아가는 엘리자베스 여왕

엘리자베스 여왕의 머리에 맞게 <제국 왕관>의 크기와 아치의 높이를 조금 줄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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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를 조정하기 위해 분해된 제국 왕관 (왕실 보석상 가라드가 작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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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의회 개회식

 

<제국 왕관>에는 총 2,868개의 다이아몬드, 273개의 진주, 17개의 사파이어, 11개의 에메랄드, 5개의 루비가 박혀있습니다. 그 무게만 1.1kg에 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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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의회 개회식

의회 개회식 때마다 <제국 왕관>을 착용해 온 여왕은 이에 대해 "(왕관을 쓰고 있으면) 연설문을 읽을 때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어요. 반드시 종이를 올려야 하죠. 우울할 때 (왕관을 쓴다면) 목이 부러질지도 몰라요. 왕관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꽤 중요하죠."라는 농담 섞인 소감을 밝혔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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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의회 개회식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6년 의회 개회식을 마지막으로 <제국 왕관> 대신 다른 가벼운 왕관을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90대에 접어든 여왕이 1kg이 넘는 왕관을 계속 착용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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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왕관은 의회 개회식 때마다 여왕의 옆에 놓여있었고, 개회식이 끝나면 런던 탑의 쥬얼 하우스로 보내져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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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관 위에 놓여있는 제국 왕관

2022년 <제국 왕관>엘리자베스 여왕의 관 위에 놓여, 여왕의 마지막을 함께한 왕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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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수거하는 왕실 보물 담당관

마지막 안장식에서 <제국 왕관>은 관에서 내려졌고, 그렇게 70년간의 복무가 끝이 났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 공과 함께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 안장되어 영면에 들어갔죠.

엘리자베스 여왕의 뒤를 이은 찰스 3세도 대관식에서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대관식이 끝나면 <제국 왕관>을 착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왕관을 쓴 여왕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서 찰스가 왕관을 쓰면 너무 어색할 거 같아요ㅋ 근데 찰스가 즉위하면 지지율 폭락할 줄 알았는데 조금 상승했더라고요. 아마 큰 잡음 없이 무사히 인계받은 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거 같아요..! 엘리자베스 여왕도 안도했을 듯합니다ㅎㅎ

 

 

 

 

queen elizabeth

휴😮‍💨 잘 몰랐던 보석이라 거의 2-3주에 걸쳐 쓴 거 같아요ㅠㅠ <제국 왕관>을 착용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뒷모습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여왕님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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𝑻𝒉𝒆 𝑰𝒎𝒑𝒆𝒓𝒊𝒂𝒍 𝑺𝒕𝒂𝒕𝒆 𝑪𝒓𝒐𝒘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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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토리아 여왕

2. 에드워드 7세 (1901년 상속)

3. 조지 5세 (1910년 상속)

4. 에드워드 8세 (1936년 상속)

5. 조지 6세 (1936년 상속)

6. 엘리자베스 1세 (1952년 상속)

7. 찰스 3세 (2022년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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