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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 NOBLE/영국

춤추는 후작과 <앵글시 티아라> | 앵글시 후작가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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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시 티아라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후기 디자인인 <앵글시 티아라>는 한때 영국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귀족으로 악명 높았던 5대 앵글시 후작 헨리 파젯의 소유였습니다. 그는 1898년 아버지의 사망으로 작위와 함께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된 23살의 젊은 재력가였죠. 저택 안 예배당을 극장으로 개조할 만큼 공연을 좋아했던 후작은 전문 극단을 고용해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그 공연의 중심은 호화로운 의상을 착용한 앵글시 후작 본인이었고, 사람들은 그에게 '춤추는 후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죠. 후작은 모든 것이 진짜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연 코스튬에 '진짜' 보석을 사용했는데, 알라딘 공연에서 입었던 한 의상만 해도 오늘날 가치로 100억 이상에 상당하는 다이아몬드가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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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코스튬을 착용한 5대 앵글시 후작 헨리

공연을 관람했던 한 사람은 화려한 의상을 착용한 후작에 대해 "북소리가 울리더니 커튼이 올라갔고, 그 아래에 목걸이, 브로치, 팔찌, 반지로 인해 매우 반짝거리는, 흰 실크 튜닉과 머리에 거대한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착용한 앵글시 경이 있었다."라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티아라가 <앵글시 티아라>이지 않을까요?? 한 기사에서는 189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앵글시 티아라>가 헨리의 아버지인 선대 후작이 구매한 것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확인된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전 보석을 좋아했던 헨리가 구입했을 거 같거든요ㅋㅋ 아무후작의 사치스러운 소비 습관은 그에게 엄청난 빚을 안겨주었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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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시 티아라

헨리는 29살의 나이로 요절하기 전까지 보석을 비롯한 그의 수집품들을 경매에 내놓았지만, <앵글시 티아라>는 계속 남겨두었습니다. 티아라는 1905년 헨리 사후 그의 사촌이자 후계자인 6대 앵글시 후작 찰스가 물려받았죠. 찰스는 '춤추는 후작'이라고 불렸던 사촌 형을 가문의 오점으로 여겼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서류를 파기하며 그의 흔적을 지웠습니다. 극장으로 개조됐던 예배당도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려놓았죠. 그러나 사촌 형이 남겨둔 <앵글시 티아라>는 처분하지 않고, 아내 마조리에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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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앵글시 후작부인 마조리  (우) 앵글시 티아라

6대 앵글시 후작부인 마조리는 1924년 의회 개회식 날 <앵글시 티아라>를 착용했습니다(왼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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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리는 1937년 조지 6세의 대관식에서도 <앵글시 티아라>를 착용했고, 세실 비튼이 촬영한 위 대관식 기념사진도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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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시 후작의 누나 위니프레드

앵글시 후작 찰스는 1935년 아들의 생일 연회에 참석하는 누나 위니프레드 파젯에게 <앵글시 티아라>를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위니프레드는 20대 슈루즈베리 백작의 장남과 결혼했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백작부인 호칭을 얻지 못했죠. 그녀의 아들이 나중에 할아버지 작위를 물려받아 21대 슈루즈베리 백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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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앵글시 후작 부부

1947년 6대 앵글시 후작 찰스가 사망하자 티아라를 포함한 가문의 재산은 그의 아들이자 7대 앵글시 후작이 된 헨리 파젯이 물려받았습니다. 7대 앵글시 후작 부부는 1953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고, 앵글시 후작부인 셜리는 가문의 티아라인 <앵글시 티아라>를 착용했습니다(위 사진). 앵글시 후작가는 '춤추는 후작' 헨리 파젯 이후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는데, 1976년에는 몇백 년 동안 지켜왔던 가문의 사유지를 매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앵글시 티아라>도 잘 보이지 않자 팔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지만, 티아라는 2013년 8대 앵글시 후작 찰스가 물려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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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시 티아라

수십 년 동안 가족 금고 안에 있었던 <앵글시 티아라>도 2020년 결국 후작가를 떠나 경매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팔린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경매에 내놓은 덕분에 이렇게 고화질의 티아라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앵글시 티아라>에는 100캐럿이 넘는 올드 마인컷과 올드 유러피안컷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으며 하단에 있는 다이아몬드 리비에르는 분리해 목걸이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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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리비에르를 분리한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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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후작' 헨리 파젯이 죽은 지 정확히 115년 후에 후작가를 떠나게 된 <앵글시 티아라>. 티아라 판매를 담당한 핸콕스 런던 담당자는 <앵글시 티아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티아라는 모든 면에서 독특한 작품입니다. 5대 후작 헨리 파젯은 당시 시대 기준으로도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인물이었으며 가문의 골칫거리였죠. 보석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앵글시 티아라는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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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시 티아라>의 소유자

1. 5대 앵글시 후작 헨리

2. 6대 앵글시 후작 찰스 (1905년 상속)

3. 7대 앵글시 후작 헨리 (1947년 상속)

4. 8대 앵글시 후작 찰스 (2013년 상속)

5. 익명의 구매자 (2020년 낙찰)

 

 

<앵글시 티아라>의 착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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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조리 파젯, 앵글시 후작부인

2. 레이디 위니프레드 파젯

3. 셜리 파젯, 앵글시 후작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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