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메건 마클이 있다면 20세기에는 월리스 심프슨이 있었다는 말처럼 둘은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서식스 공작부인 메건과 윈저 공작부인 월리스 둘 다 영국 왕족과 결혼한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인 여성이며, 뛰어난 패션 센스를 가진 것으로 유명해 착용하는 옷, 보석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죠.
1937년, 세실 비튼이 촬영한 보그 화보 속에서 월리스 심프슨은 디자이너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된 일명 '랍스터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아름다운 캉데 성의 정원을 배경으로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죠. 오늘은 월리스가 보그 화보에서도 착용할 만큼 좋아했던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할게요.
1936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는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 없이는 왕의 책무를 다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라는 다소 낭만적인 발표를 하며 재위 10개월 만에 왕위에서 내려왔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월리스 심프슨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의 로맨스는 세기의 사랑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죠.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정말 한편의 로맨스 소설 같았을까요?
영국의 국왕이 될 에드워드 왕세자는 유흥과 여성편력으로 유명했습니다. 그가 만난 여성들 중에는 유부녀들도 많았죠. 에드워드는 왕실에 대한 불만, 영국의 기밀 사항 등을 자신의 정부에게 털어놓는 등 입이 가벼운 편이었고, 이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에드워드 왕세자는 파리의 고급 매춘부였던 마그리트 알리베르와 연인 사이였고, 그녀에게 많은 편지들을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성적인 농담뿐만 아니라 전쟁과 관련된 정보, 사적인 왕실 비밀, 부모님인 왕과 왕비에 대한 불만 등이 포함되어 있었죠. 18개월의 열애 끝에 왕세자와 헤어진 마그리트는 나중에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었고, 이 편지를 빌미로 왕실을 협박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 공개된다면 왕실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 뻔했기에 영국 왕실과 정부는 마그리트가 무죄로 풀려날 수 있게 온갖 방법을 동원하였고, 결국 마그리트는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이런 스캔들과 에드워드 왕세자의 한심한 행동들에 질린 아빠 조지 5세는 "큰 아들이 평생 결혼하지 않고, 버티(조지 6세)랑 릴리벳(엘리자베스 여왕)이 왕위를 물려받길 원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1931년 에드워드 왕세자는 한 파티에서 유부녀였던 월리스 심프슨을 만났습니다. 월리스를 에드워드에게 소개해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에드워드의 정부였던 유부녀, 레이디 퍼니스였습니다. 첫 만남 이후 에드워드와 월리스는 파티에서 자주 마주쳤고, 에드워드는 '자신을 왕자처럼 대하지 않는'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되었죠.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스토리인듯해요ㅋㅋㅋ 결국 월리스 심프슨은 에드워드의 새 정부가 되었답니다.
옷을 잘 입는 것으로 유명했던 에드워드는 보석에도 조예가 깊었고, 월리스에게 많은 보석들을 선물하였습니다~ 그가 선물했던 수많은 보석들 중에서 월리스가 가장 좋아했던 보석은 아마 이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가 아닐까 생각해요.
팔찌의 각 참 뒷면에는 에드워드 왕세자의 필체로 그들만의 특별한 기념일이나 그의 메시지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10여 년간 특별한 날마다 에드워드가 참을 하나씩 선물해 총 9개의 참이 달린 팔찌를 완성했죠.
첫 번째 참은 보석 장식이 없는 유일한 백금 참이고, "WE are too(우리도 그래)"란 문구가 뒷면에 새겨져있습니다. WE가 '우리'란 뜻도 있지만, Wallis(월리스)와 Edward(에드워드)의 앞자를 따온 것이기도 해요.
참 앞면에는 34년 11월 25일을 뜻하는 "25-XI-34"이 새겨져있어서, 11월 29일에 결혼하는 동생 조지 왕자와 마리나 공주처럼 자신들도 사랑에 빠졌다는 의미로 추정되고 있어요.
에드워드는 그의 41번째 생일날이었던 1935년 6월 23일에 "Wallis-David(월리스-데이비드) 23-6-35"라고 새겨진 사파이어 참을 선물했습니다. '데이비드'는 그의 가족들에게 주로 불렸던 에드워드 왕세자의 미들네임입니다.
1935년 가을 에드워드 왕세자는 두 달간의 휴가를 보내러 월리스와 함께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산트 울프강에서 에드워드는 "Wallis-David(월리스-데이비드) St.Wolfgang(산트 울프강) 22-9-35"라고 새겨진 루비 참을 선물했죠. 한적한 산트 울프강 마을에서 왕세자가 결혼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어요!
1936년 아버지 조지 5세가 사망하자 에드워드는 그 뒤를 이어 에드워드 8세로 즉위하였습니다. 그는 월리스가 궁전 창문을 통해 자신의 즉위 선언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왕실 의전을 어겼죠. 틀을 자꾸만 벗어나는 그들의 행동은 영국 정부와 왕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에드워드의 즉위 6주 후, 월리스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파리로 떠났습니다. 에드워드는 여행을 떠난 월리스에게 하루에 4번이나 전화하며 그녀가 영국으로 돌아올 것을 설득했죠. 설득 과정에서 약간의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에드워드가 월리스에게 화해의 선물인 다이아몬드 참을 선물했거든요~
까르띠에가 제작한 다이아몬드 참에는 "The King's Cross(왕의 십자가) God Bless WE(우리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1-3-36"가 새겨져있습니다. 외국 사이트를 뒤져보니 단어가 중의적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해요. cross라는 단어가 영국에서는 화난 정도가 약할 때 자주 쓰여서 당시 에드워드의 마음을 중의적으로 드러냈다고 추정하더라고요.
에드워드는 1936년 7월 10일 건강 문제로 엑스레이 촬영을 받는 월리스에게 새로운 에메랄드 참을 선물했습니다. 에메랄드 참에는 그녀의 쾌유를 바라는 "X Ray Cross Wallis-David 10-7-36"란 문구가 새겨져있습니다.
6일 후 에드워드에 대한 암살 기도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자리에서 붙잡힌 범인은 자신은 암살이 아닌 오히려 왕을 암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왕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였죠. 에드워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참을 월리스에게 선물해 주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선물한 아쿠아마린 참에는 "God Save the King for Wallis(신이여 월리스를 위해 왕을 지켜주소서) 16-VII-36"가 새겨져있었죠.
그로부터 얼마 뒤 월리스는 남편 어니스트 심프슨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 전에 에드워드 8세와 어니스트가 만나 모종의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있어요~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요..
월리스와 에드워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해외로 휴가를 떠났고, 그곳에서 찍힌 파파라치 사진들 때문에 스캔들이 터졌는데요.
단둘이 떠난 여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계가 드러난 이유는 월리스 팔찌의 크로스 참이 에드워드 목걸이의 크로스 참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가 월리스에게 선물한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가 이 목걸이에서 영감을 얻어서 제작한 작품인데, 골드 크로스 참 양옆에 추가된 루비, 사파이어 참은 월리스의 선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외국 언론들과는 달리 스캔들을 크게 다루지 않아서 영국 국민들은 그들의 관계를 거의 몰랐죠.
그 해 10월 월리스는 이혼 가판결을 받습니다. 기간 내에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혼이 확정되는 걸 의미해요~ 그녀의 이혼이 거의 확실해지자 에드워드는 총리를 찾아가 결혼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결혼을 결사반대하였습니다. 월리스 심프슨은 두 번이나 이혼한 미국인이었고, 자신이 곧 미래의 영국 왕비가 될 거라는 등 그녀의 부적절한 언행들은 정부와 왕실의 호감을 살 수 없었죠.
결국 에드워드는 결혼하기 위해 퇴위를 결심하였습니다. 재위 기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죠. 월리스는 언론의 집중 취재와 영국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퇴위 일주일 전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1937년 이혼이 확정된 월리스와 에드워드는 프랑스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월리스는 결혼식 날 에드워드의 선물인 <크로스 참 팔찌>와 부드러운 푸른색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했는데, 그녀가 입은 웨딩드레스의 색깔은 나중에 "월리스 블루"라는 명칭으로 알려지게 돼요˘◡˘
에드워드는 결혼을 기념하여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크로스 참을 선물했습니다. 그 참에는 "Our Marriage Cross(우리의 결혼 십자가) Wallis 3-VI-37 David"가 새겨져있어요.
한동안 팔찌에 추가된 크로스 참이 없다가 1944년 2개의 참이 연속으로 추가되는데요~
그해 8월 맹장 수술을 받는 월리스에게 "Appendectomy(맹장 수술) Cross Wallis 31-VIII-44"라고 새겨진 자수정 크로스 참을 선물했습니다.
바로 다음 달에는 "Get Well(괜찮아지길) Cross Sept 1944"라고 새겨진 옐로 사파이어 크로스 참을 선물했죠.
9개의 크로스 참을 끝으로 더 이상의 추가는 없었습니다. 1986년 월리스 심프슨 사후,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는 그녀의 수많은 보석들과 함께 "윈저 공작부인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소더비 경매에 등장하였습니다. 한 중동의 사업가가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를 포함한 그녀의 보석 19점을 낙찰받았죠.
2010년 다시 소더비 경매로 돌아온 팔찌는 다시 신원 미상의 수집가에게 60만 파운드에 낙찰되었습니다. 언론들은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의 구매자가 팝스타 마돈나라고 주장했는데요.
마돈나가 그 당시 에드워드와 월리스의 사랑 이야기인 영화 <W.E.>를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까르띠에에게 월리스의 보석과 똑같은 보석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었죠~ (영화는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W.E.> 영화의 홍보 기간 동안 크로스 참 팔찌를 착용한 마돈나의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어 혹시 마돈나가 경매의 낙찰자가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지만 마돈나가 착용한 이 팔찌는 경매에 올라온 팔찌도 아니었고, 까르띠에가 제작한 복제품도 아닌 별개의 팔찌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아직도 월리스 팔찌의 구매자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정말 낭만적인 로맨스 소설의 한 부분 같죠? 하지만 왕세자 시절에도 재위 중일 때도 트러블 메이커였던 에드워드는 동생에게 양위하고 나서도 트러블 메이커로 영국 정부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월리스도 마찬가지였죠ㅋㅋㅋ
더 쓰고 싶은데 분량이 너무 많아질 거 같네요ㅠㅠ 다음번에 월리스 심프슨의 다른 보석을 소개하면서 이 부부가 얼마나 미화되었는지 간략하게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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𝑾𝒂𝒍𝒍𝒊𝒔 𝑺𝒊𝒎𝒑𝒔𝒐𝒏'𝒔 𝑪𝒂𝒓𝒕𝒊𝒆𝒓 𝑪𝒓𝒐𝒔𝒔 𝑪𝒉𝒂𝒓𝒎 𝑩𝒓𝒂𝒄𝒆𝒍𝒆𝒕
<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의 소유자
1. 월리스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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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크로스 참 팔찌>의 착용자